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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공감만세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필리핀 공정여행 다섯째날(2010.07.19)
일정 : 바타드
바타드 마을사람들과의 대화
세계 문화유산, 세계 8대 불가사의 '계단식논'복원하기
관광객을 기다리기만 하는 젊은이들, 계단식 논은 신음한다. 바타드 토박이 사이먼 씨와의 대화.
급작스언 관광화와 이촌향도 현상으로 파괴되는 공동체 바타드의 삶은? 마을탐방
바타드 원주민들과 함께하는 계단식 논 복원 작업
이푸가오 주술사 뭄바키들이 빌어주는 '축복, 안녕, 행복'
바타드 원주민들과 이푸가오 전통축제 벌이기
새벽부터 바타드의 라이스테라스의 일출을 보고싶어 일찍부터 일어나 1층으로 왔다. 1층은 식사테이블도 있고, 넓고 탁 트이게 공간을 만들어 둬서 앉아서 일출을 보기 딱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고요했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바타드였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한 해발 1100미터의 고지대였기 때문에 아쉽게 해가 뜨는 모습은 볼 수 없이 그냥 시야가 밝아졌다;;
해가 뜨니 시야가 밝아졌고, 우리 앞으로 펼쳐진 라이스테라스는 바타드 오기 전 바이니난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장관이었다. 완전히 한 면의 산을 깎아 만든, 2000년 전에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라이스테라스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기에 적합한 저 웅장한 모습에 저절로 가슴이 뭉클했고, 이곳에 힘들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8대 불가사의인 계단식 논을 관광상품화 하기 위해 길을 내고, 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며 들어왔는데, 아마 얼마 후에는 여기까지도 차가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복원을 하고 지키려고 하는 것은 뒷전이고 이것을 상품화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른 아침 씻지도 않고 바타드의 라이스테라스를 바라보고 있는 나.. 공정여행 이틀째부터 천천히 생각하기의 미학을 느꼈다면 이날부터는 그냥 무념무상이었던 듯 하다. 힐링여행이 이런걸까? 바쁘게 살던 나를 돌아보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그런 느낌.. 사람들과 어울리고 경치를 바라보고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는 그런 상태였다. 더군다나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자연의 순리대로 밤이되면 깜깜해 지고 아침이 되어서야 환해지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관광지 중의 하나로, 라이스테라스를 보고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가지고 갈 목적으로 하루 당일 코스로 많이들 보고 가곤 하는데, 이렇게 홈스테이로 숙박을 하면서 이틀, 삼일, 적어도 하루는 묵어보길 권장한다. 짐을 풀어놓고 느리게 느리게 생각을 곱씹으며 있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곳. 책을 읽다가 경치를 바라보다가 하루는 탑피아 폭포에 가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다보면 저절로 자연에 동화되는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산을 바라보다가 아래를 보니 움막이 지어져 있었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의 전통 가옥이고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놓은 것 같았다. 아래 마을의 집들은 그냥 옛날 우리나라의 판자집같은 느낌인데, 여기는 완전 지푸라기로 지은 집이라 신기하기도 했다.
산자락의 모습이 마치 풍경화를 보는 듯 했고,
이 라이스테라스 또한 그림의 한 폭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일과는 이 마을의 아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할까 하다 우리의 전통 부채춤을 연습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저녁 때 우리를 위해 파티를 열어줄 바타드의 원주민, 이푸가오 주술사 품바키들에게 보여 줄 부채춤 연습을 하기 위해 일부러 부채까지 사온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한번쯤 들어본 이 부채를 가지고 우리는 열렬히 토론하기 시작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안무를 생각해 내고, 이 인원으로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구도는 어떤 것이며, 한 동작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지, 노래는 무엇으로 해야할지 여러가지를 논의하는데 그걸 정하는데만해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만큼 우리가 필리피노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춤을 아름답게 보여지게 하고 싶었고,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우리도 그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에 다들 더 열성적으로 연습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대열을 맞춰보는 우리들. 부채는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이었는데 연습하면서 어찌나 털이 날리던지-ㅋㅋ 웃음이 만발했던 현장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우리끼리 잘 놀았고, 창작안무가 돋보였던 부채춤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본다. 나름 구성이 알찬 부채춤 안무를 짜 두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동작과 순서를 외우기를 반복했다.
창 밖으로는 구름이 산허리에 걸터앉아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냥 바라만 봐도 힐링되는 경치다.
우리가 부채춤 연습을 할 때 벌써 몇몇 아이들이 기대의 눈빛으로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들을 찍어주고
우리도 같이 사진을 찍었다.
예쁜 필리피노!^^
부채춤 연습은 잠깐 뒤로 미루고 다같이 포토타임을 즐겼다.
오전 중에 부채춤 연습을 급하게 끝내고 우리는 오후 일정으로 아까 본 라이스테라스 복원작업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타드에는 마을 사람들이 얼마 없이 원주민들이 그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력의 지원이나 재정적인 지원이 없이는 이 라이스테라스의 복원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공정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복원작업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인적이 드문 마을이고 관광객들은 사진만 찍고 사라지니 씁쓸해 하던 원주민들이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그들의 삶에 들어와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우며 함께하니 바타드의 필리피노들도 상당히 즐거워 하는 눈치였다.(내눈에만 그렇게 보였나...;;)
완전 가파른 계단도 없는 곳을 내려가고 올라가야 접할 수 있는 계단식 논;;
계단식논으로 가 보기 전 이푸가오 주술사를 만났다. 나이를 짐작치 못하겠는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늙어보이기 때문이었고, 실제로는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술사가 왜 집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앉아있었는데 별 말씀은 하지 않았고, 우리는 작은 그의 집 내부를 빼꼼히 들여다보기만 했다.
왠지 실례가 되는 듯 하여..;;
주술사를 만나고 우리는 계단식 논의 일부분에 복원을 위해 투입되었다. 원주민들은 이미 복원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우리도 복원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이 급해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비가 부슬부슬 조금씩 오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모두들 하나같이 비옷을 던져 버렸다.
복원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첫번째로 아무래도 인력의 부족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고립지역이라 큰 기계가 들어올 수 없어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고 세번째로는 주어진 도구가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기계가 발달되어 있고 도구가 좋으면 그나마 빠른 시간안에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도구라고 해봤자 호미와 곡괭이, 삽 등이 전부였다. 신발도 신지 않은 그들에게 다른 도구가 나올리 없었다.
그만큼 정부에서는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이었고, 필리피노들이 정작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방치하다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영영 복원되지 않는다면 누구의 손해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를 지켜보는 필리피노.. 나이가 있는 여자분이 우리를 계속해서 지켜봐주셨다.
복원작업은 몇 시간동안 계속되었는데, 돌을 솎아내고, 단단히 돌을 쌓아올려 벽을 지지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 넣고 난 후 진흙을 발라주는 형식이었다. 빼곡히 들어찬 벽면에는 그들의 애환과 노고가 들어있는 듯 했다. 우리는 매우 미숙한 손길로 돌을 쌓아나갔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그들의 맘에는 들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된다. 처음 해 보는일이었고 생각보다 힘들어서 우리가 그들의 시간을 빼앗은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이 힘든 일을 맨손으로 일궈낸 필리피노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마치 복원하는데 일조한 것이 아니라 계단식논 복원 체험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은 그렇게 몇 시간만에 종료가 되었고, 우리는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들의 생활방식을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머니께서 절구 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옛날 우리 선조들을 떠올렸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까지만해도 이 절구를 사용했을텐데.. 그들의 생활 방식이 마치 우리나라의 40-50년 전을 보는 듯 했다. 사람 사는 방법이야 같다고 하지만 나라마다 마을마다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라 우리는 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절구 사용법을 익혀봤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 저녁때가 되자 분주해진 우리 앞마당.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잔치가 시작되었다. 우리들이 이 마을에 놀러오면서 이미 그들은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맙게도 주술사가 직접 우리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식을 거행해 죽기 위해 참여를 했고, 마을 잔치를 하게 되어 돼지한마리도 잡았다. 그야말로 전통축제를 즐기게 된것!
마을의 의식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에 찬 눈빛이다. 이곳의 전통 축제는 어떤지 우리도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만큼이나 이들도 즐거운 마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돼지를 잡아서 익히는 모습.
다같이 둥글게 춤을 추며 모두의 안녕을 비는 식이 열렸다. 전통축제라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분위기였다.
밤이 깊었고, 그들과 함께 우리도 즐겁게 춤을 추고 마음으로 행복을 빌었다.
순수한 그들의 마음에 우리 또한 처음보는 행사의 모습이었지만 녹아들었고, 즐길 수 있었다.
왠지 처음에는 부끄럽게 느껴지는 춤이 나중에는 저절로 춰지는 것이 분위기를 타서 그런것 같기도하고 진짜 재미있어서 그런것 같기도하고~
아이들이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 우리와 함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돼지고기가 다 익어서 잘라주는 잘생긴 청년^^
마지막으로 공연을 해준 아이들과 원주민들과 함께!
바타드의 원주민들의 행복과 안녕을 빌며 밤새 춤추고 노래하며 즐긴 우리^^ 즐거운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고 있었다..
'『국외여행』 > 『필리핀공정여행(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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