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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공감만세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필리핀 공정여행 여섯째날(2010.07.20)
일정 : 바타드/탑피아폭포, 바나우에, 메트로마닐라
필리핀 공정여행을 한지 여섯째날. 바타드에는 어김없이 아침이 밝아왔고, 우리는 또 새벽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나와있었다. 그새 친해진 공정여행을 함께한 친구들과 새벽부터 나와 일출을 보기위해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동이 텄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구름이 껴서 해가 올라오는 건 보지 못했지만 주변이 밝아지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멋이 있는 바타드의 계단식 논이었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 탑피아 폭포를 보고 오는 것. 그 후 점심을 먹고 이동하여 바타드를 빠져나와 다시 바나우에를 거쳐서 메트로마닐라로 돌아가는 코스다.
바타드의 계단식 논을 보며 아침을 맞는 날이 마지막 날이 된다는 사실에 아쉬워서 오래동안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가 와 있는 이곳, 해발 1,100m 고지대에서 보이는 계단식논, 라이스테라스의 풍경과 산자락을 가슴속에 새기고 간직하기 위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벗삼아 그렇게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 쫒기듯이 바쁘게 살아오던 날이 언제였냐는 듯 그렇게 필리핀의 삶에 빠져들었고, 어느샌가 마음의 평화를 찾았던 것 같다.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고 오로지 여행에 집중하는 시간이라 더욱 소중했던 필리핀에서의 시간.
그런 의미에서 아침은 우리가 지금껏 짊어메고 왔던 가방에서 꺼낸 라면을 먹었다.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고이고이 간직했던 라면을 다 꺼내 라면파티를 아침부터 했다. 그 동안 필리핀에서 현지음식만 먹다가 갑자기 MSG 를 섭취하니 엄청 자극적으로 느껴졌는데 무지 맛있는건 사실이었다. 며칠동안 베낭에 이 라면을 짊어지고 왔던 몇명의 아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밥까지 말아서 야무지게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바타드에서 우리의 마지막 일정인 탑피아 폭포를 향해 또 트래킹을 시작했다.
이푸가오 지역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라고 알려진 탑피아 폭포 가는길! 언제봐도 라이스테라스는 절경이다.
탑피아폭포 가면서 다들 신난 표정^^ 굽이굽이 산을 또 타면서 갔는데 폭포를 보러 갈때는 가뿐한 마음으로 신나게 힘찬 발걸음으로 갔다. 돌아올 때는 절대 그러지 못했지만 이때만큼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산을 하나 넘어오니 우리 앞에 거대한 폭포가 보였다. 이푸가오 지역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라는 말이 정말이라는 듯 폭포수는 힘차게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고, 먼 거리였음에도 그 물이 품어내는 기운과 바람이 느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물이 튀기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고, 무지개가 뜬 현상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장관을 이루는 관경. 탑피아폭포 앞에 서니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그 시원함에 이끌려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물놀이 하기 전 단체컷!
탑피아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정말 잘 나왔다.
저 안쪽에 섬까지 가기 위해 다들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을 건넜는데, 물살이 워낙 세서 손을 잡아주면서 이동을 했다.
탑피아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배경이 멋있다~!
누군가가 쌓아놓고 간 돌 위로 나도 하나 얹어보았다.
왠지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것 같아서..
신나는 물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첨벙거리며 뛰어놀기 바빴던 우리.
물도 워낙 깨끗해서 물놀이하기에 제격이었다.
다같이 한컷!
한참 놀다보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홀딱 젖은 그대로 다시 우리가 왔던 그 길을 돌아갔다.
이미 한참을 노는데 에너지를 다 쓴 상태에다가 옷은 다 젖어서 다시 가는 그 길이 얼마나 힘들던지. 힘껏 논 만큼 더 힘든 트래킹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돌아가다가 딱 죽을 것 같다 생각이 든 때에 쉽터가 하나 나와서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 탑피아 폭포로 놀러 갈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과 분위기이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웃을 힘도, 농담할 힘도 없었던 듯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돌아가야 하기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로 힘겹게 돌아왔고, 오자마자 돌아가면서 샤워를 하고 나니 한결 나아진 기분.
하지만 점심 먹고 또 트래킹을 해서 바타드를 빠져나가야 했기에 2배는 더 힘든 여정이 되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올 때 정말 힘들게 배낭을 메고 들어왔었는데, 그 길을 다시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막막했지만 오늘 안으로 바타드를 빠져나가 바나우에를 거쳐 마닐라로 나가야 했기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역시나 여전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우리의 트래킹은 다시 시작이 되었다. 구불구불한 산자락을 넘고 넘어서 가면서 몇 번을 쉬었다가 가고를 반복했는데, 정말 말하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의 힘겨움과 싸움을 해야 했다. 약 두시간에 걸친 트래킹 끝에 우리는 지프니가 기다리고 있는 공터로 나올 수 있었고 공터가 나오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우리는 다들 어린 나이였지만 운동 부족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평소 꾸준한 운동을 했다면 이 정도는 가뿐했을 텐데, 자기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니 저절로 반성하게 되었고, 나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였다.
엄청엄청 반가웠던 지프니. ㅠㅠ
생명수와도 같았던 물을 먹으니 다시 살아난 나.
그나마 무리에서 낙오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지프니에 짐을 싣고, 우리도 올라탔다.
다시 돌아온 마을, 바나우에. 이제 또 다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서는;;ㅋㅋ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만큼 오늘은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과일이 보면 사먹고, 구경을 하면서 바나우에를 느껴보았다.
이제 오늘이면 이 시골마을을 벗어나 도시이면서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로 들어가게 된다.
계단식 논을 보는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바나우에에서 저녁식사. 저녁식사를 하다가 식당 전체가 문득 정전이 되었다. 비가 오면 흔하게 있는 일이라면서 우리에게 촛불을 켜 주었는데 그게 또 은근한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이렇게 가슴에 새길만큼 키앙간, 바나우에, 바타드 등을 돌아보고 나서 밤새 달려 마닐라로 이동을 했다. 마닐라까지는 키앙간에서 약 7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고, 우리는 저녁에 버스를 타고 출발을 해 마닐라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이었다. 여행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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